위고비 주사

비만 치료제로 잘 알려진 위고비(Wegovy)가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분야에서 주목받고 있습니다.

바로 조울증, 정확히는 양극성장애(Bipolar Disorder)입니다.

최근 발표된 대규모 연구에서 위고비의 주성분인 세마글루타이드(semaglutide)를 사용한 양극성장애 환자에게서 정신과 입원과 양극성장애 재발 관련 입원 위험이 낮게 나타났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앞으로 위고비를 조울증 치료제로 사용할 수 있다는 뜻일까요?

결론부터 말하면 아직 조울증 치료제로 인정된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GLP-1 계열 약물이 정신건강 분야에서도 연구 대상으로 떠오르고 있다는 점은 주목할 만합니다.

위고비 성분 세마글루타이드란?

위고비의 주성분인 세마글루타이드는 GLP-1 수용체 작용제(GLP-1RA)에 속합니다.

GLP-1은 식사 후 우리 몸에서 분비되는 호르몬 중 하나로 포만감을 높이고 식욕과 혈당 조절에 관여합니다.

세마글루타이드는 이러한 GLP-1의 작용을 모방해 식욕을 감소시키고 체중 감량을 돕습니다.

그런데 최근에는 GLP-1 계열 약물의 연구 범위가 단순한 체중·혈당 관리를 넘어 뇌와 정신건강 영역으로까지 확대되고 있습니다.

2026년 연구에서 확인된 놀라운 결과


2026년 국제학술지 Acta Psychiatrica Scandinavica에 발표된 연구에서는 스웨덴 국가등록자료를 이용해 2009~2024년 양극성장애 진단을 받고 당뇨병 치료제를 사용한 1만4,694명을 분석했습니다.

이 가운데 5,200명이 GLP-1 수용체 작용제를 사용했습니다.

특히 주목할 결과는 세마글루타이드였습니다.

세마글루타이드 사용 기간을 같은 사람이 GLP-1 계열 약물을 사용하지 않았던 기간과 비교한 결과,

정신과 입원 위험은 21% 낮았습니다.

조정 위험비(aHR)는 0.79였으며 95% 신뢰구간은 0.69~0.91이었습니다.

또한 양극성장애 재발에 따른 입원 위험 역시 17% 낮게 나타났습니다.

이 경우 조정 위험비는 0.83이었습니다.

즉 단순히 체중이 감소했다는 결과가 아니라 정신과 입원 및 양극성장애 재발과 관련된 지표에서도 차이가 관찰된 것입니다.

모든 비만약이 같은 효과를 보인 것은 아니다

여기서 상당히 중요한 부분이 있습니다.

연구 결과를 단순히 “GLP-1 비만약이 조울증을 치료한다”고 해석하면 안 됩니다.

연구진이 개별 성분을 살펴본 결과 세마글루타이드에서는 정신과 입원 위험 감소와 연관성이 나타난 반면, 리라글루타이드와 둘라글루타이드에서는 같은 수준의 연관성이 확인되지 않았습니다.

따라서 연구진 역시 이것이 GLP-1 계열 약물 전체에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효과, 즉 이른바 ‘계열 효과(class effect)’라고 보기는 어렵다고 설명했습니다.

왜 조울증과 관련된 효과가 나타났을까?

이 부분은 아직 확정된 답이 없습니다.

최근 학계에서는 GLP-1 수용체 작용제가 대사 기능뿐 아니라 뇌에도 영향을 미칠 가능성을 연구하고 있습니다.

2026년 Biological Psychiatry에 발표된 리뷰에서도 GLP-1 계열 약물이 기분장애 치료 후보로서 연구할 가치가 있다고 평가했습니다.

연구자들이 관심을 두는 영역에는 신경가소성, 신경보호, 신경생성 및 대사 관련 작용 등이 포함됩니다.

그러나 이러한 기전이 실제 양극성장애 증상 개선으로 이어지는지는 별도의 임상시험을 통해 확인해야 합니다.

그렇다면 위고비가 조울증 치료제가 된 걸까?

아닙니다. 이 부분은 반드시 구분해야 합니다.

이번 연구는 무작위 대조 임상시험이 아니라 실제 의료 데이터를 분석한 관찰연구입니다.

연구 설계상 같은 사람의 약물 사용 기간과 비사용 기간을 비교해 여러 교란 요인을 줄이려고 했지만, 관찰연구만으로는 세마글루타이드가 직접 양극성장애 재발을 막았다는 인과관계를 증명할 수 없습니다.

연구진도 세마글루타이드의 가능성을 확인하려면 향후 무작위 대조 임상시험(RCT)이 필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따라서 현재 단계에서 위고비를 리튬이나 다른 기분조절제를 대신하는 ‘조울증 치료제’라고 표현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습니다.

실제 임상시험도 진행되고 있다

관심은 연구 단계에서 끝나지 않고 있습니다.

미국 Mayo Clinic에서는 양극성장애 환자의 비만을 대상으로 세마글루타이드(위고비) 등을 평가하는 임상시험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2026년 1월 시작된 이 연구는 약 100명 등록을 목표로 하고 있으며, 세마글루타이드를 비롯한 비만 치료제와 행동치료를 환자의 특성에 따라 적용합니다.

다만 이 임상시험 역시 위고비가 조울증 자체를 치료하는지 확인하는 시험으로 오해해서는 안 됩니다. 기본적인 연구 목적은 양극성장애 환자의 비만을 개인 특성에 맞춰 치료하는 접근법을 평가하는 것입니다.

조울증 환자가 위고비를 사용할 때 주의할 점

특히 리튬을 복용하고 있는 양극성장애 환자라면 의료진과의 상담이 중요합니다.

2026년에는 GLP-1 기반 치료를 시작하거나 변경·증량한 이후 리튬 농도 상승 또는 독성이 보고된 사례들을 검토한 논문도 발표됐습니다.

리튬은 치료 농도 범위가 좁고 신장 기능이나 체액 상태의 영향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GLP-1 계열 약물을 함께 사용할 경우에는 의료진이 환자의 상태에 따라 리튬 농도와 신장 기능 등을 면밀하게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따라서 정신과 약을 복용하고 있는 사람이 연구 결과만 보고 임의로 위고비를 시작하거나 기존 약을 중단해서는 안 됩니다.

정리하면

이번 연구의 핵심은 “위고비가 조울증 치료제로 확정됐다”가 아닙니다.

정확하게는 양극성장애와 당뇨병 또는 비만이 함께 있는 사람에게서 세마글루타이드 사용이 정신과 입원 위험 21% 감소, 양극성장애 재발 관련 입원 위험 17% 감소와 연관됐다는 것입니다.

비만과 당뇨 치료제로 출발한 GLP-1 계열 약물이 앞으로 정신건강 분야에서 어떤 역할을 하게 될지 관심이 커지는 이유입니다.

다만 아직은 관찰연구 단계인 만큼 ‘조울증 치료 효과가 입증됐다’고 확대 해석하기보다는 새로운 치료 가능성을 보여준 연구 결과로 보는 것이 정확합니다.

※ 이 글은 의학 연구 정보를 소개하기 위한 내용이며 개인의 진단이나 치료를 대신하지 않습니다. 양극성장애 치료제를 복용 중이거나 위고비 등 GLP-1 계열 약물 사용을 고려한다면 담당 의료진과 상담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