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졸중 이후의 회복 과정에서는 물리치료나 작업치료처럼 신체 기능을 되찾기 위한 재활이 중요하다. 하지만 실제 재활은 단순히 정해진 동작을 반복하는 것만으로 이루어지지 않는다. 환자가 치료에 얼마나 관심을 갖고 지속적으로 참여하는지도 중요한 요소다.
최근에는 이런 재활 환경에 치료견(therapy dog)을 활용하는 동물 보조 치료가 새로운 접근법 가운데 하나로 연구되고 있다. 치료견이 단순히 환자의 기분을 좋게 만드는 역할에 머무르는 것이 아니라, 걷거나 손을 움직이는 재활 활동에 자연스럽게 참여하도록 유도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미국 메이오 클리닉(Mayo Clinic) 연구진이 입원 중인 뇌졸중 환자를 대상으로 진행한 연구에서도 흥미로운 결과가 보고됐다. 치료견을 활용한 그룹에서 재활 참여도와 신체 활동과 관련된 지표가 더 높게 나타난 것이다.
뇌졸중 재활에서 '참여'가 중요한 이유
뇌졸중은 뇌혈관이 막히거나 터지면서 뇌 조직에 손상이 발생하는 질환이다. 손상된 뇌의 위치와 정도에 따라 팔과 다리의 움직임, 균형, 언어, 인지 등 다양한 기능에 영향을 받을 수 있다.
따라서 급성기 치료 이후에는 환자의 상태에 맞춰 물리치료, 작업치료, 언어치료 등의 재활 과정이 진행될 수 있다.
문제는 재활이 짧은 시간 안에 끝나는 과정이 아니라는 점이다. 같은 동작을 반복해야 할 때도 있고, 생각했던 만큼 빠르게 기능이 회복되지 않을 수도 있다. 피로나 의욕 저하 역시 치료 참여에 영향을 줄 수 있다.
이 때문에 재활 현장에서는 '어떤 운동을 하는가'뿐 아니라 환자가 활동에 얼마나 적극적으로 참여하는지도 관심의 대상이 된다.
그렇다면 반복적인 재활 활동에 환자의 관심을 자연스럽게 끌어낼 방법은 없을까? 치료견을 이용한 동물 보조 치료도 이러한 질문에서 살펴볼 수 있다.
치료견과 함께한 뇌졸중 재활 연구
메이오 클리닉 연구진은 입원 재활치료를 받고 있는 뇌졸중 환자 50명을 대상으로 동물 보조 치료가 재활 과정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조사했다.
연구는 2023년 2월부터 2024년 2월까지 진행됐으며, 참가자들은 기존의 재활치료를 받는 그룹과 기존 치료에 치료견을 활용한 프로그램을 추가한 그룹으로 나뉘었다.
여기서 눈여겨볼 부분은 치료견이 단순한 방문 동물의 역할만 한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치료견을 활용한 프로그램에서는 환자가 개의 털을 빗어주는 활동을 하기도 하고, 함께 걸으며 움직임을 연습하기도 했다. 공을 던져 개가 가져오도록 하는 활동도 이용됐다.
일상적인 놀이처럼 보이지만 재활이라는 관점에서 보면 각각의 행동에는 여러 움직임이 포함되어 있다.
예를 들어 털을 빗으려면 손으로 빗을 잡고 팔을 움직여야 한다. 치료견과 함께 걷는 과정에서는 서 있는 자세와 이동이 필요하다. 공을 던지는 행동 역시 물건을 잡고 팔을 움직여 놓아주는 일련의 동작으로 이루어진다.
재활을 위한 움직임에 치료견이라는 요소를 결합함으로써 환자가 활동 자체에 흥미를 느끼도록 구성한 셈이다.
치료견 그룹에서 재활 참여도가 높게 나타났다
연구진이 두 그룹을 비교한 결과, 치료견과 함께 프로그램에 참여한 환자들은 일반적인 재활치료만 받은 환자들보다 재활 참여도를 평가한 점수가 더 높게 나타났다.
신체 활동과 관련된 측정에서도 차이가 관찰됐다. 치료견 프로그램에 참여한 그룹은 분당 신체 활동량이 더 많았으며, 움직임을 유지한 시간의 비율도 더 높은 것으로 보고됐다.
이러한 결과가 관심을 받는 이유는 동물 보조 치료를 단순한 정서 지원 프로그램과는 조금 다른 시각에서 바라볼 수 있기 때문이다.
치료견과 교감하는 것 자체가 목적이라기보다, 치료견과 함께 특정 행동을 수행하면서 자연스럽게 재활 활동에 참여하도록 만드는 방식으로 활용할 가능성을 보여준 것이다.
연구진 역시 치료견의 존재가 환자의 흥미와 집중을 높이고 활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데 영향을 줄 가능성에 주목했다.
메이오 클리닉에서 동물 보조 서비스를 담당하는 휘트니 로마인(Whitney Romaine)은 치료견이 재활 환경의 분위기를 변화시키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취지로 연구 결과를 설명했다.
공동 연구자인 브렌트 바우어(Brent Bauer) 박사 역시 뇌졸중 환자가 피로나 동기 저하 등으로 재활을 지속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동물 보조 치료가 참여를 지원할 하나의 방법이 될 가능성을 언급했다.
흥미로운 결과지만 치료견이 재활치료를 대신하는 것은 아니다
이번 결과를 볼 때 특히 구분해야 할 부분이 있다.
치료견 프로그램은 기존 뇌졸중 재활치료를 대신한 것이 아니다. 연구에서도 치료견은 물리치료·작업치료·언어치료 등 기존 재활 과정에 추가되는 형태로 활용됐다.
따라서 이번 연구만으로 치료견이 뇌졸중 환자의 신체 기능을 직접 회복시킨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연구에서 확인된 주요 내용은 치료 참여도와 신체 활동 관련 지표의 변화다.
연구 규모 역시 고려해야 한다. 참가자가 50명인 단일 의료기관 연구였기 때문에 모든 뇌졸중 환자에게 동일한 결과가 나타난다고 일반화하기에는 제한이 있다.
치료견 프로그램을 실제 의료 환경에서 적용하려면 환자의 상태뿐 아니라 동물에 대한 두려움이나 알레르기, 감염관리, 안전 문제 등 여러 조건도 함께 고려해야 한다.
무엇보다 뇌졸중의 증상과 회복 정도는 사람마다 크게 다를 수 있다. 실제 재활 방법과 활동 수준은 환자의 상태를 평가한 의료진과 재활 전문가의 계획에 따라 결정할 필요가 있다.
재활을 바라보는 또 하나의 관점
이번 연구에서 흥미로운 점은 '치료견이 뇌졸중을 치료한다'는 이야기가 아니다. 오히려 환자가 재활 활동에 참여하고 싶도록 환경을 어떻게 구성할 것인가라는 질문에 가깝다.
재활에서 반복적인 움직임이 필요하다면 그 움직임을 어떤 상황에서 수행하느냐에 따라 환자가 느끼는 경험은 달라질 수 있다. 단순히 팔을 움직이는 것과 치료견의 털을 빗기 위해 팔을 움직이는 것은 신체적인 동작이 비슷하더라도 활동의 목적과 경험에는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치료견을 활용한 동물 보조 치료 연구는 이런 점에서 재활치료의 환경과 환자의 참여 동기를 함께 살펴볼 수 있는 사례다.
이번 연구는 국제 의학저널 《Mayo Clinic Proceedings》에 'The Impact of Animal-Assisted Treatment on Inpatient Stroke Rehabilitation'이라는 제목으로 게재됐다.
아직 작은 규모의 연구인 만큼 장기적인 재활 결과와 다양한 환자 집단에서도 같은 효과가 나타나는지는 추가 연구를 통해 확인할 필요가 있다. 그럼에도 치료 기술 자체뿐 아니라 환자가 치료 과정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환경 역시 재활에서 살펴볼 가치가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는 데 의미가 있다.
※ 이 글은 공개된 연구 내용을 바탕으로 동물 보조 치료와 뇌졸중 재활에 관한 정보를 이해하기 쉽게 정리한 글이며, 개인의 진단이나 치료 방법을 제시하기 위한 의료 조언이 아닙니다. 뇌졸중 환자의 재활 계획은 환자의 상태에 따라 달라질 수 있으므로 담당 의료진 및 재활 전문가와 상의해야 합니다.
FAQ
Q1. 치료견과 함께하면 뇌졸중이 더 빨리 회복되나요?
이번 연구만으로 치료견이 뇌졸중 환자의 회복 속도를 직접 높인다고 결론 내릴 수는 없습니다. 연구에서는 치료견 프로그램에 참여한 그룹에서 재활 참여도와 신체 활동 관련 지표가 높게 나타났습니다. 장기적인 기능 회복에 미치는 영향은 추가 연구가 필요한 부분입니다.
Q2. 동물 보조 치료는 기존 재활치료를 대신할 수 있나요?
연구에서 동물 보조 치료는 기존 재활치료를 대체하지 않았습니다. 물리치료, 작업치료, 언어치료 등의 표준적인 재활 과정에 치료견 프로그램을 추가하는 방식으로 진행됐습니다.
Q3. 모든 뇌졸중 환자가 치료견 프로그램에 참여할 수 있나요?
모든 환자에게 적합하다고 볼 수는 없습니다. 환자의 신체 상태와 인지 기능을 비롯해 동물에 대한 두려움, 알레르기, 안전 및 감염관리 등의 조건을 고려해야 합니다. 실제 참여 여부는 의료기관의 프로그램과 의료진의 판단에 따라 달라질 수 있습니다.
